무릇 사기를 치려면 크게, 대담하게 쳐야한다. 훌륭한 교훈이다. 영화 '시몬' 에서의 알 파치노 대사 중, "한 두명은 몰라도 많은 사람을 속이기는 쉽다." 도 같은 맥락이겠다. 특히 사기 행각이 발각되어 쫓기는 와중에는 이단 엽차기식으로 더욱 더 대담한 사기를 치는 모습은 실로 감탄사를 연발하게 했다. 왜냐? 이 영화가 실화라니까... 영화 시작하면 'inspired by a true story' 라는 굉장한 문구가 등장한다.
승무원 한 번 해볼까?
19살이 되기전에 펜 암 항공사의 부기장, 의사, 변호사, 수백억대의 수표사기를 친 실존인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사회에 얼마나 간땡이가 큰 놈이 많은지, 평소에 간땡이가 약간은 크다고 생각한 나도 그를 보니 숙연해질 수 밖에 없었다. 확실히 뛰는 새끼위에 날라 댕기는 새끼가 있는가보다. 이왕에 사기를 치려면 확실히 치라는 교훈 또한 이 영화를 통해 얻을 수 있다. 그래야 FBI 에 픽업이라도 되지.
의사도 한 번 해보고...
실재 이야기에 기초했다 하더라도 영화라함은 가공물인데 그 가공물속의 사기꾼에 혀를 내둘렀다하면 뭔가 비결이 있을 것이다. (원작은 훌륭한데 영화가 개판인 경우를 우리는 한 두번 봐 왔던게 아니다) 바로 배우들의 연기력... 참, 요즘은... 잘 생긴놈이 연기도 잘한다. 톰 행크스야 말할 것도 없지만 개인적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오빠의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로미오와 줄리엣, 타이타닉에서도 그 눈빛이, 그 연기가 나를 (동성연애자 아님) 빨아들였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뻔뻔한, 그리고 순박한 사기꾼의 연기를 100% 소화했다고 생각한다.
이번엔 변호사... 버클리 졸업했죠.
감독이 또한 범상치 않다.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이는 스필버그... 원래 이 영화는 스필버그 것이 아니었다. 고어 버빈스키, 라세 할스트롬이 개인적인 이유로 제작에서 빠지자 흥행감독 스필버그가 자존심을 버리고 이 영화를 맡았다. 시나리오가 무지하게 맘에 들었단다. 이럴수가... 나의 예상이 빗나가다니... 스탠리 큐브릭의 'A.I.' 를 넘겨 받으면서 그의 필에 꽂혀 난해한 영화를 차기작으로 선택할 것이다는 나의 예상에 코딱지를 날리며 그의 영화 중 가장 밝은듯한 이 영화를 만들어 버렸다. 역시 뛰는 새끼위에 붕붕 날라댕기는... 경우다.
위조판별 능력으로 FBI 에 픽업... 하지만 그가 어항속의 물고기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 영화가 맘에 드는 이유 중의 하나가 빠른 스토리 전개이다. 축 처지는 부분이 거의 없는 휙휙 또 다시 새로운 사기를 치기 시작하는 스토리는 역시 스필버그라는 감탄을 자아낸다. 뭐, 스케일, 연기, 영상, 스토리 다 봐줄만 하지만 이 영화에 결정적으로 별 5개가 달릴 수 없는 이유는 헐리우드의 전형적인 오락영화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는 반지의 제왕 뒤를 잇는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전혀 특이할 것 없는, 단지 스필버그, 디카프리오, 행크스의 삼각편대가 만들어 낸 관객이지 영화로서의 그 본질에 따른 (나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관객은 아닐터이다.
암튼 시간때우기용 보다 한 단계 윗 등급에 랭크될 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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