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복고 열풍이다. 빼먹을 건 다 빼먹고 식상할 때도 되었건만 나는 계속해서 복고 영화에 엄청난 재미를 느낀다. 비록 이 영화가 80년대를 배경으로 했다지만 내가 학교다니던 그 시절의 얘기와도 거의 일치되었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은... 요즘 고등학생 소식을 얼마전 싱싱한 중삐리의 얘기를 듣고 놀랐지만 지금과는 정말 다르다. 왜냐? 그 때는 인터넷이라는 것이 없었다. 고삐리 3년차 때 우리반에 한 놈이 '통신' 이라는 것을 한다고 무지하게 자랑했다. 요즘 중, 고삐리들은 오프라인에서 노는 것보다 온라인 게임을 통해 만난단다. 참... 격세지감이다.
깡년과 범생이가 만나다... 하지만 범생이가 보통이 아닌데...
우리때는 '통' 이라고 불렀다. 이 영화에서는 '캡짱' 으로 나오는 것을 보니 서울 주변 지역에서는 그렇게 불렀나보다. 우리 때 통이었던 김민수... 고등학교 때 싸움도 한 번도 안하고 계속 '통' 이라는 명칭을 달고 다녔다. 2학년 때 문과오면서 친해진 그 녀석에게 나는 종종 '진짜 니 싸움 잘하나?' 라는 질문을 던졌었다. 중학교 때 날렸단다. 주변인들에 의하면... 내가 그 놈을 알던 당시, 그 놈은 소위 말하는 '예수쟁이' 가 되었고 힘은 무지하게 쌨지만 다리짧은 의리의 사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DJ 시절 군대에서 휴가나온 그 놈을 데리고 내가 일하는 무도장에서 술을 마시는데 (술값이 무려... DJ 는 돈을 모을 수 없다) 그 놈의 충격고백이 줄을 이었다. 종교에 대한 회의, 군대라는 집단세계에서 세상을 너무 모르는 자신을 발견하고 난 후의 일련의 방황들... 시사토론도 심심찮게 했던 그 놈은 생각이 너무 깊었다. 확실히 범인은 아니었다. 후에 그의 사촌, 현업에 열심인 대현이를 만난후에 들었던 그의 소식... 완전한 허무주의에 빠져 어디론가 가버리겠다고 하고는 사라진 그... 연락이 없단다. 그렇게 내 학창시절의 '통' 은 잊혀져 갔다.
영화 얘기하자.
류승범을 위한 영화이다. 신인감독 조근식이 류승범을 3년을 기다려 찍었단다. 내가 감독이라도 고삐리 역할의 최고봉은 류승범 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35세의 신인감독은 23살 (충격이다... 만23세라도...) 애새끼와 친구처럼 지낸단다. 씨네21을 비롯한 일련의 잡지들을 보니 조근식 감독은 그야말로 열린 마음의 감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참을성, 인내심도 뛰어나고... 이 시나리오 '명랑소녀 권법소년' 을 가지고 몇 년을 기다리며 지금의 '품행제로' 를 만들었다. 잘 만들었다. 모든 면에서. 스토리, 연기, 영상(만화같은 영상 포함), 음악(양아치 대부 이하늘) 다 조화롭고 훌륭했다.
이 얼마나 친숙한 장면인가?
영화를 보다보면 관객들 중 일부가 무지하게 웃는 장면들이 있다. 이 영화를 보며 내가 그랬는데, 조금씩, 조금씩, 그 때 그 양아치 시절이 떠오르며 공감하는 부분에서는 무지하게 웃어버린다. 아...... 그러나 한편으로는 서글프기 짝이 없다. 내가 청소년 문화의 주류가 아닌 복고를 즐기는 세대가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예전 철균이와 '신야구' 오락을 하고 내가 지면 '졌다' 라고 말하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이다. (근데 거의 내가 이겼음)
만화같은 장면... 전혀 유치한 영화라고 생각하게 만들지 않는다...
내가 이 영화에 결정적으로 별을 다섯개 때릴 수 없는 이유는 이 영화가 류승범, 공효진의 기존의 이미지를 먹고 들어가 옛날 SBS 드라마 '빠다' 를 그대로 연상시키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물론 영화기에 욕이나, 행동의 수위가 훨씬 높지만 그 이상의 어떤 특이성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그들이 기존의 이미지와 다르게 출연한 것이라던가, '빠다' 드라마가 없었다면 몰라도 그 후광을 입은 측면이 너무 많다. 그냥 재미있는 드라마 하나 본 느낌보다는 스케일(?)이 컸지만 2%가 부족하다.
_01.gif){kind=small}
_02.gif){kind=small}
_03.gif){kind=small}
_04.gif){kind=small}
_05.gif){kind=small}
_06.gif){kind=small}
_07.gif){kind=small}
_08.gif){kind=sma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