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애>는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이라는 제목의 장편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전설적인 여류문인 전혜린의 이름을 따서 전경린이라는 필명을 지었다는 이 작가는 ‘우리 문학사에 마녀들을 불러들여 개성적인 모반과 반란의 세계를 구축한 작가’로 불린다. 1999년에 발간된 이 소설은 ‘나빠지고 싶은’ 주인공을 내세워 불륜이라는 말 이외에 다른 이름을 갖지 못한 여성의 성적 일탈에 색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결혼 생활이 가져다주는 미지근한 평화에 안주하며 그 미지근한 안정감이 사랑의 정체인 줄 알고 있던 미흔이 문득 예상치 않은 허방에 발이 빠짐으로써 그동안 짐짓 모른 체 눈감아버린 존재의 심연 혹은 본질에 다가간다는 설정이 그것이다. 여기서 성적 일탈은 성을 매개로 해서 가족제도와 지배체제에서 일탈하려는 움직임으로까지 격상된다. “일상의 작은 소품, 사소한 스침도 이 작가의 눈길이 가닿으면 비상한 생의 은유로 빛을 발하며 우리에게 생은 과연 무엇이고 나는 진정 누구인가라는 무섭고도 두려운 질문으로 다가온다”는 소설가 오정희의 평문대로, 매혹적이고도 차갑게 일탈을 기록해가는 작가의 스타일이 이같은 설득의 한축을 담당한다. 우리의 존재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을 낯선 감정들을 일깨우는 한편 그것들이 얼마나 남루하고 무상할 수 있는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점이 인상적이다.
영화 <밀애>는 원작소설의 감성과 스타일을 비교적 충실히 영상으로 번안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러한 바탕 위에서 인규의 캐릭터를 도드라지게 수정하고 남편을 비롯한 주변인물들을 약화시키는 정도의 선택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정사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 설정은 원작도 시나리오도 아닌 두 배우의 결정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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