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런 아로노프스키는 단 두편의 영화로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 흔치 않은 개성과 재능의 소유자다. 장편 데뷔작 <파이>로 선댄스를 뒤집어놓은 그는 두 번째 영화 <레퀴엠>으로 세간의 기대에 화답했다. 기이한 강박증에 사로잡힌 개인의 ‘주관적인 리얼리티’를 표현해내는 것이 그의 장기. 집착과 광기에 사로잡힌 인간군상을 즐겨 이야기한다는 점에서는 로만 폴란스키를, 이미지로 관객의 감정과 감각을 쥐락펴락한다는 점에서는 올리버 스톤을 닮아 있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나고 자란 유대계 미국인 아로노프스키는 클래식 무비에 심취하면서도 그래피티와 힙합댄스를 즐기고, 만화 <배트맨>부터 허버트 셀비 주니어의 소설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까지 섭렵하며 미국사회와 문화에 관한 균형잡힌 시각을 갖췄다. 하버드대에서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 연출을 전공한 그는 졸업작품 <슈퍼마켓 스위프>로 국제대회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가족을 프로덕션에 동원해 6만달러의 예산으로 근근이 찍은 영화가 장편 데뷔작 <파이>다. 이미 <파이>에서 스노리캠(몸에 카메라를 부착시키는 방법)과 바이브레이터캠(카메라에 진동을 주는 방법) 등 독특한 카메라 셋업 방식을 고안해낸 그는 99년에는 아메바 프로테우스라는 디지털 스튜디오를 설립, <레퀴엠>에서 한층 과감한 실험을 감행한다.
아로노프스키는 <레퀴엠> 직후에 워너브러더스의 러브콜을 받아 5번째 배트맨 시리즈 <배트맨:원년>의 연출을 맡았다. 배트맨 탄생 20년 전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것 이외에 구체적인 내용이나 진도에 대해 알려진 것은 없다. 그 사이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SF호러 <빌로우>의 각본과 제작에 참여했고, “포스트 매트릭스”라 부를 만한 형이상학적인 SF <최후의 남자>의 연출 준비를 마친 상태. 또 하나, <미이라>의 히로인 레이첼 와이즈와 사랑에 푹 빠져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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