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에 심야영화로 봤다. 보려고 마음먹고 본게 아니라 시간이 맞아서 보게 되었다. 새벽 3시40분에 김병현 야구중계하니까 그 시간을 맞춘 것이다. 그런데...
선생 김봉두에 버금가는 만족을 느끼며 극장을 빠져나왔다. 특히 소재의 고갈에 허덕이고 있는 헐리우드에서 이처럼 신선한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갑자기 혜성이 떨어지거나 외계인이 쳐들어 오는 것이 아니라 미국놈들이 만든 무기가 지구의 핵을 건드린 것이다.
지구의 핵은 내핵과 외핵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핵은 니켈, 철 등의 고체로 외핵은 액체로 이루어져 있다고 '추측' 되고 있다. 아무로 모른다. 외핵은 회전하여 지구의 자기장을 만든다. 물론 이것도 가정이다. 실제로 지구의 자기장이 외계에서 오는 이물질들을 막아내는 훌륭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기장이 왜 일어나는지 밝혀진 바 없다고 한다. 외핵의 회전으로 자기장이 생긴다는 설이 있을 뿐 정설은 아니다.
미국이 개발한 'Destiny' 라는 무기가 지구의 핵을 건드렸다. 미국놈들이 망쳐 놓은 것이다. 그리고는 지네들이 지구를 구한다. 누구도 알 수 없는 우주의 신비 '지구'를 죽이고 살릴 수 있는 것이 다 미국이란다. 이 영화는 거기서 한계를 지닌다. 굳이 미국이라는 것을 강조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이 영화는 소재면에서는 정말이지 너무나 신선하고 충격적이었지만 나머지는 기존 재난영화의 코드를 성실히 따른다. 요원들이 지구를 구하다가 한 명씩 죽어가고 마지막에 손을 번쩍들어 만세를 부르는 기지국 요원들... 둘의 로맨스가 가시화되지는 않았지만 여자 1명과 남자 1명이 남았다. 감독이 그들의 로맨스를 일부러 아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나마 차별화시키려고 말이다.
심야영화는 다른 시간대 영화보다 배의 감흥을 준다. 물론 나에게 말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나온 후에 너무나 만족스럽게 극장을 뜰 수 있었다. 하지만 심야가 아니더라도 이 영화는 만족스러웠을 것이며 별 4개 반의 후한 점수를 충분히 줄 만한 영화였다. 헐리우드 영화를 씹기 좋아하는 평론가들의 비평이 인제는 진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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