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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wook's Web Life, here...

수영	(2002-10-16 09:33:03, Hit : 669, Vote : 114)

우리집 가훈 :정직하게 살자

우리 아버지 5남매 중 막내 삼촌은 순수 미술을 전공하셨습니다.
삼촌이 초등학교 5학년 때 할아버지 할머니 다 돌아가셔서 장남이신 울 엄마 아빠가 우리 막내삼촌의 엄마아빠이기도 합니다.

우리 막내 삼촌은 아직 장가를 안 가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번 막내 삼촌은 영원한 막내 삼촌이란 생각에 묻혀 삽니다.
장가를 가야 철이 든다고 하던데, 삼촌은 아직 솔로니까요. 그 분 나이 올해 마흔임이 결코 믿기질 않습니다.

어디 나가서 나이를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습니다. 한 30대 초반은 되어 보입니다.
어제는 근 2년 만에 삼촌을 뵈었는데 늙지도 않는 삼촌이 정말 신기했습니다.

우리 막내 삼촌은 정말 욕심도 없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법대에 가라고 삼촌 학교 근처로 이사까지 하시며 맹모삼천지교 못지않은 삼촌형삼천지교를 보여주셨던 울 아빠의 기대가 무색하게 실존주의 철학에 빠져들어,

그 꽃다운 나이에 허무주의에 빠져 공부는 손 놓았다가,

아버지 앞에 미대 가겠다고 원서를 내어 보였을 땐 울 아버지 그 원서 찢어버리셨다 합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작은 고모의 설득으로 아버지가 삼촌 뜻을 받아들이시긴 했지만.

세상에 욕심없다고 하시더군요.
그냥 넓은 마당에 채소 키우면서 좋아하는 그림 그리면서 사는 게 꿈이라고 하시더군요.

신세진 것들 아직 못값아 이렇게 발버둥 치고 있지만, 그것들만 해결되면 배낭하나 매고 여기저기 다니며 그림 그리며 살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정직하게 살라고 하셨습니다. 좋은 머리 남들 헤꼬질하고 등쳐먹는 일에 굴려선 절대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남들에게 정직하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정직하게 살라고 하시더군요.

저축도 많이 하라고 하시더군요.
만원 있을 때 '에이씨~'하고 써버리는 사람은 1억원이 생겨도 그렇게 쓸 사람이라더군요.

세상 살면서 왠만하면 바보가 되라고 하셨습니다.
정말 잘난 사람은 함부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하시더군요.
아직 제가 어려서 모를 거라 하시면서, 그런데 살다보면 삼촌 말이 무슨 뜻인지 알거라면서 ..그러시더군요.

굳이 지하철 타고 가겠다는 제게 택시 잡아 주고 한움큼 용돈 쥐어 받았는데, 맘이 편칠 않았습니다.

맘이 너무 여린 사람이십니다. 울 아빠와는 정말 다른 사람이십니다.

나는 어느쪽에 더 가까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고싶어 만났는데....역시 막내 삼촌을 보고나면 많은 철학들이 머리속을 맴돌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