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돈을 갖고 뛰어라>로 시작되어 이제 6편째에 이른 김상진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두 시기로 나뉠 수 있다. 바로 작가 박정우와 만나기 전 이전과 이후로 말이다. 99년 <주유소 습격사건>을 통해 숙명적 조우를 한 이 두 사람은 영화를 뚝딱 만들어냈다.
전작들을 통해 기막힌 상황 설정과 그 안에서 막힘없이 뛰어노는 개성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통쾌한 웃음을 창출해왔던 이 두명의 감독-작가. 그들은 ‘상황+캐릭터 코믹’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하나의 트렌드를 선도해왔다.
전작들(<주유소 습격사건>과 <신라의 달밤>)과 다름없이 <광복절특사>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감독과 작가의 그 신나는 ‘놀이정신’에 대한 신념이다. 어찌 보면 이게 마지막이다라고 다짐하는 듯 자신들의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는 듯하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인 교도소 폭동장면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영화를 자기반영적으로 패러디한다. <주유소 습격장면>의 ‘기름대포’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물대포’ 장면. 물론 기막힌 반전으로 단순한 반복의 한계를 뛰어넘고는 있지만, 그것은 하나의 징후로 읽히기도 한다. 자신들의 말처럼 이제는 (적어도 당분간은) 서로 헤어져야 할 때가 되었다는 징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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