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썸니아>에는 아카데미상을 받은 배우가 아니면 감히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알 파치노는 <여인의 향기>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로빈 윌리엄스는 <굿 윌 헌팅>으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아직 서른도 안 된 힐러리 스웽크 역시 <소년은 울지 않는다>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세명의 배우들이 삼각편대를 이루는 <인썸니아>는 결코 잠들 수 없는 영화다. 알 파치노만 화면에 나와도, 그것만으로 꽉 차 버린다. 잠을 자지 못해 정신이 몽롱하고, 가책 때문에 시시각각 자신의 행동을 의심하면서도 본능적으로 앞을 향하여 돌진하는 윌을 연기하는 알 파치노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인썸니아>에는 스릴이 넘친다.
로빈 윌리엄스는 코미디 배우였다. 언제나 웃음과 다정함, 부드러움 등의 단어를 화면에 그려내는 배우였다. 악역은 맡은 적이 없다. 그랬던 로빈 윌리엄스의 악역 연기는 지나칠 정도로 훌륭하다. 그는 광폭하게 누군가를 다그치거나, 잔인한 미소를 짓지도 않는다. 이 남자, 월터의 연기는 기가 막힐 정도로 잘 정련되어 있다. 그걸 그려내는 로빈 윌리엄스의 연기는 월터 이상이다. <인썸니아>를 보면, 로빈 윌리엄스의 다른 얼굴이 더 있을 것 같다. 언젠가는 그걸 보고 싶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 이후 샘 레이미의 <기프트>에 출연했던 힐러리 스웽크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경찰대학에서 배웠던 사건들을 해결한 윌 도머 형사를 만난 기쁨에 설레는, 그러나 결국은 그를 의심하게 되는 엘리는 성실하고, 순박하고, 치열하다. 아니 그게 바로 힐러리 스웽크다. 그 밖에 <제너럴 하스피틀>로 에미상을 3번 받은 랜디 역의 조너선 잭슨, 로 에미상에 노미네이트되었던 레이철 역의 모라 티어니, 여인의 초상으로 미국비평가협회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던 햅 역의 마틴 도노반 등도 <인썸니아>를 깔끔하게 빛내준다.
<출처: 씨네 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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