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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쿠퍼 VS 아담 샌들러, 디즈씨 66년 만에 뉴욕에 다시 가다

아담 샌들러 주연의 <미스터 디즈 Mr. Deeds>를 보면 그 원작인 1936년 작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디즈씨 도시에 가다 Mr. Deeds Goes to Town>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미스터 디즈>는 그 제목만 짧아졌을 뿐, 원작에 너무나도 충실하기 때문이다. 헌데 두 작품을 비교하려 하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이 바로 '디즈씨' 역을 맡은 주인공들. 1936년 작에서 '롱펠로우 디즈' 역을 맡은 게리 쿠퍼에 비해, 아무리 코미디 영화이기는 하지만 2002년의 '롱펠로우 디즈' 아담 샌들러는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다는 평가다. 게리 쿠퍼가 누구인가, 1930~50년대를 대표하는 ‘로맨스 가이’이자, 미남 스타. 이에 비해 아담 샌들러는 1990년 대를 대표하는 코믹 가이라는 점은 원작과 리메이크 작의 스타일이 확연히 구분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후문이지만, 어느날 이웃집 아저씨가 아담 샌들러에게 다음 출연작을 묻자 "<미스터 디즈>입니다."라고 대답했고, 이에 그 아저씨는 반응은 "설마 자네가 게리 쿠퍼 역할을 ?"이라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10년이면 강산도 변하기 마련, 무려 66년의 갭을 지닌 이 고전과 신작에는 그 시간 만큼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숨어있다.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유산의 액수다. <미스터 디즈>의 광고 문구를 살펴보면, '졸지에 400억 달러의 행운을 거머쥔 시골 촌넘의 코믹 해프닝'이라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400억 달러? 도저히 손가락으로는 셈을 할 수 없는 거대한 액수의 돈이라 고나 할까. 아무튼 <디즈씨 도시에 가다>의 2천만 달러에 비하면, 400억 달러라는 액수는 그만큼의 시간의 흐름을 충분히 느끼게 하는 부분이라 하겠다. 이런 거대한 소재 이외에도 영화의 요소요소에 숨어있는 아기자기한 부분에서조차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는데, 회사의 중역들이 디즈를 찾으러 시골 마을로 향하는 장면에서 기차와 헬기라는 운송 수단의 변화를 발견할 수 있으며, 디즈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매체로 쓰인 신문(원작에서)과 방송(리메이크에서) 또한 그 차이를 쉽게 느끼게 하는 장치라 하겠다.

원작 <디즈씨 도시에 가다>를 연출한 프랭크 카프라 감독은 하워드 혹스, 존 포드 감독 등과 함께 1930년대와 40년대 할리우드의 스튜디오 시스템을 대표하는 거장. 또한 <디즈씨 도시에 가다>는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 Mr. Smith Goes to Washington>(1939), <존 도우를 만나다 Meet John Doe>(1941)로 이어지는 3부 작을 통해 그의 '낙관주의적 유토피아'를 보여준 ‘카프라 스타일’의 원형이기도 한 작품으로, 카프라는 이 작품들로 인해 '인민주의 영화 Populist film'의 대부라는 칭송을 듣기까지 한다. 사실 원작 <디즈씨 도시에 가다>는 대공황과 뉴딜 정책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당시의 시대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유토피아적인 결말을 제시하고 있다. 순박한 시골 청년이 갑부의 상속자가 되어 벌어지는 해프닝과 풍자를 그린 <디즈씨 도시에 가다>는 클라이맥스인 법정 공방을 통해 그 메시지를 관객에게 명확하게 제시한다. 자신의 모든 상속 재산을 실업자와 농민에게 분배해 벌어지는 이 법정 장면에서, 게리 쿠퍼의 명쾌한 변론으로 극적 반전이 이뤄지는 이 부분은 카프라 영화 중 명장면으로 손꼽히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66년이 지난 지금, 카프라 감독이 제시했던 ‘유토피아적인 결말’이 리메이크 작인 <미스터 디즈>에 묻어날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희대의 코믹 배우 아담 샌들러가 직접 제작한 <미스터 디즈>이기에 그러한 심각한 메시지는 하나의 거추장스러운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었다. 따라서 아담 샌들러의 <미스터 디즈>는 법정 공방이라고 하는 케케묵은 극적 반전은 시도하지 않는다. 또한 게리 쿠퍼가 2천만 달러로 3일 밤낮을 세워가며 농민 구제에 나서는 것과는 달리 아담 샌들러는 간단하게 싸인 하나로 흑인 단체에 400억 달러를 기부해 버림으로서 사태를 간단하게 마무리 짓는다. 오히려 <미스터 디즈>에서는 원작에서 소홀하게 다뤄진 로맨스 부분이 강화되었다. 디즈를 속이고 그에게 접근해 그를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리는 女기자, 베이브 베네트와의 아름다운 사랑 말이다.

<미스터 디즈>의 연출을 맡은 스티븐 브릴 감독은 코미디 작가와 프로듀서로서 이미 미국내에서 그 재능을 인정 받은 감독이긴 하지만, 비교 대상으로 프랭크 카프라와 동일 선상에 놓기에는 조금 부족한 면이 없지않아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 하지만 <미스터 디즈>를 감싸고 있는 카프라와 게리 쿠퍼의 장막을 걷어낸다면, 이 영화는 분명 아담 샌들러의 매력이 십분 살아있는 최고의 코미디 영화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그의 음악적 소질과 더불어 천부적인 코믹 연기가 그대로 녹아 들어가 있다는 얘기다. 바로 이러한 부분이 아담 샌들러의 팬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일이라 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프랭크 카프라의 신봉자들에게는 오히려 껄끄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66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번 ‘뉴욕을 찾은 엽기 시골 총각’이 주는 변하지 않은 분명한 교훈이 한가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돈이 아닌 사랑이라는 것이다.

<출처: www.nkin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