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채인	(2020-09-16 23:46:20, Hit : 19, Vote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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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은 왜 영화 '뮬란'을 보이콧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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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영화 <뮬란> 포스터를 비틀어 이 영화 상영을 중단하라는 주장을 담았다. 세계시민선언 제공 최루탄 냄새를 알지 못한다. 최루액을 맞으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가늠할 수 없다. 시민단체 ‘세계시민선언’ 공동대표 이설아씨(26)와 박도형씨(22)에게 ‘자유’와 ‘민주’는 당연하게 누리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어떤 이유로도 침해받아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홍콩에서 중국 본토로 범죄인 인도를 허용하는 송환법 제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수개월 이어졌다. 박씨는 그해 10월 홍콩 시민들이 만든 텔레그램 채널로 소식을 접했다. 홍콩 시민이 사진과 영상, 대자보로 증언한 폭력 현장들은 국내 언론으로 접하는 것과 결이 달랐다. 박씨는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학생모임)을 만들었다. 현지 상황을 번역해 알렸다. 대학 캠퍼스에 ‘레논월’을 만들어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이씨는 당시 바른미래당 당직자였다. 홍대입구역 시위 등 시민사회 연대 움직임을 국회에서도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녹색당·미래당 등 5개 정당의 청년 정당인들과 모였다. 학생모임과도 연대해 지난해 12월 국회 토론회 ‘홍콩 민주항쟁에서 5·18 정신을 만나다’를 열었다. 홍콩 민주화 시위에 연대하는 2030 청년들이 오는 17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디즈니 영화 <뮬란>을 보이콧하고 있다. 세계시민선언은 지난 7월 서울 강남구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본사 앞에 모여 “폭력을 소비할 수 없다”고 외쳤다. 지난 달 31일에는 제작사와 국내 3대 영화관 CJ 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에 뮬란 상영 중단 항의서한문을 보냈다. 지난 14일 이씨와 박씨를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세계시민선언 공동대표 박도형씨(왼쪽)와 이설아씨가 지난 14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탁지영 기자 “<뮬란>은 국가폭력을 ‘묵인’한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이씨가 말했다. 홍콩 민주화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8월, 뮬란 역을 맡은 배우 류이페이(劉亦菲)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실린 홍콩 시위진압 사진과 함께 “경찰을 지지한다”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라”는 글을 썼다. 디즈니는 지난 4일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에 <뮬란>을 온라인 개봉하면서 엔딩 크레딧에 촬영에 협조한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투르판시의 공안국에 감사를 전한다”라는 내용을 담았다. 투르판시 공안국은 위구르인들이 구금된 수용소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는 류이페이와 디즈니의 행동을 홍콩과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벌어진 국가폭력에 대한 ‘방관’으로 해석했다. 그는 “‘못 본 체하겠다’는 걸 넘어 수용하고 두둔하는 건 명백하게 규탄받아야 할 일”이라며 “폭력을 묵인하는 영화가 소비된다면 우리 사회에 ‘별 문제가 안 되네’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했다. 박씨는 정치적 올바름을 내세웠던 디즈니가 ‘차이나 머니’를 의식했다고 본다. “디즈니는 ‘우리는 여성주의적이고 퀴어 프렌들리하며 모든 차별에 반대하는 기업이야’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왔는데, 정작 거기에 홍콩과 위구르족이 없다는 게 의아하죠.” 디즈니는 인종차별 조장, 남성중심적 등의 비판을 받을 때마다 공식 사과했다. 박씨는 “디즈니는 왜 중국 소수민족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나. 차이나 머니보다 인권 탄압에 목소리 내는 사람들이 있고, 우리들도 소비자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고 했다.

조슈아 웡 트위터 캡처. “<뮬란>을 보는 건 홍콩경찰의 만행과 인종차별을 외면하는 것일뿐 아니라 무슬림 위구르인 집단 감금에도 잠재적으로 공모하는 것”이라고 써 있다. 이들은 홍콩과 신장에서 벌어진 국가폭력을 ‘남의 일’로 치부하지 않는다. 박씨는 한국마사회의 부조리를 유서에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문중원 기수의 추모 농성장 천막이 지난 2월 강제 철거됐을 때를 잊지 못한다. 천막 안에 유가족이 있는데도 철거는 그대로 진행됐다. 천막이 무너져내리고 철거를 막으려던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끌려나갔다. 박씨는 “한국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홍콩과 손을 잡고 서로 바라봐야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지 않는다고 세상이 달라질까. 이들은 “흥행 여부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국가폭력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데 의의를 둔다”며 한국 국회가 홍콩 문제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이씨가 홍콩과 5·18 국회 토론회를 준비할 때 당 의원들은 대관 등엔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정작 토론회에 나와 말하길 꺼렸다. “이름을 거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거죠. 여론이 강력히 뒷받침되면 그럴 일이 없을텐데 말이에요.” 박씨도 “국회나 정부에서 ‘인권’이라는 보편적 기준으로 홍콩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 장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