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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회 아카데미시상식 이모저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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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축제 제 75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지난 3월 23일 오후 미국 로스엔젤레스 코닥 시어터에서 열렸다. 미국의 이라크 공습으로 전세계가 전쟁의 공포에 둘러싸인 것을 의식한 듯, 예년보다 훨씬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제 7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가장 미국적인 장르로 일컬어지는 뮤지컬 <시카고 Chicago>가 작품상 등 최다 6개 부문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으며, 로만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 The Pianist>가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마틴 스콜세지의 <갱스 오브 뉴욕 Gangs of New York>은 단 한 개의 트로피도 건지지 못하는 불운을 삼켰다. 제 75회 미국 아카데미가 <시카고>를 작품상으로 선정한 것은 지극히 ‘아카데미다운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몇몇 부문에서는 오스카답지 않은 깜짝 수상 결과를 내놓으며 파격을 꾀하기도 했다. 파격과 구태의연함이 교차한 제 7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정리한다.
'범죄자' 로만 폴란스키에게 면죄부를?
6개 부문을 수상한 <시카고>를 빼면 제 75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고 화제작은 로만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이다. <시카고>가 수상한 6개 부문이 작품상과 여우조연상을 제외하면 편집상, 의상상, 미술상, 음향상 등 기술 부문에 편중된 반면, <피아니스트>의 막판 3개 부문 수상은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 <피아니스트>가 작년 깐느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화제작으로 급부상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미국에서 로만 폴란스키는 여전히 지명수배 중인 범죄자의 신세로 로만 폴란스키는 너무도 당연히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1994년에 오스카가 철저히 무시해오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게 <쉰들러 리스트 Schindler’s List>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하여 7개의 트로피를 안겨주며 화해의 손을 내밀었던 것처럼(게다가 1994년에는 <쥬라기 공원 The Jurassic Park>이 3개의 기술상을 독점하지 않았는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들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피아니스트>에게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색상 등 알짜 3개 부문을 헌납하며 로만 폴란스키에게 면죄부를 안겨준 셈이 되었다. 지금까지 깐느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이 미국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것은 델버트 만 감독의 1955년작 <마티 Marty>가 유일하니, 올해 <피아니스트>의 감독상 수상은 한층 더 놀라운 결과라 하겠다.
<갱스 오브 뉴욕>의 한없는 추락
<갱스 오브 뉴욕>은 제 7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3개 부문 후보 지명된 <시카고> 다음으로 많은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마틴 스콜세지의 회심작이다. 그러나 <갱스 오브 뉴욕>은 단 한 개의 상도 수상하지 못하는 불운의 작품으로 기록되었다. 깐느국제영화제에서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와 <특근 After Hours>으로 각각 황금종려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할리우드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는 정작 본국인 미국에서는 수상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역시 생애 처음으로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움켜쥔 마틴 스콜세지는 ‘올해만은!’ 하고 내심 수상을 기대했을 것 같다. 그러나 <갱스 오브 뉴욕>의 타락한 경찰 존 C. 라일리 대신 <어댑테이션 The Adaptation>의 크리스 쿠퍼가 남우조연상을 받으면서, <갱스 오브 뉴욕>은 점차 수렁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 Shakespeare in Love>로 의상상을 수상한 샌디 파웰의 19세기 파이브 포인츠의 화려한 의상도, 마틴 스콜세지의 오랜 지기인 미술 감독 단테 페레티가 창조한 그 장중한 뉴욕 세트도, 마이클 발하우스가 포착한 뉴욕의 파노라마도, 또한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일생의 명연기도 차례차례로 허물어져 갔다.
제이 콕스, 스티븐 자일리언, 케네스 로네건 등 3명의 천재가 뭉쳤다고 보기에는 다소 안이한 시나리오였지만, 그나마 수상이 유력시되던 각본상조차 페드로 알모도바르의<그녀에게 Talk To Her>에게 전해지는 순간, 하비 와인스타인과 마틴 스콜세지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그러나 마티 리차즈와 공동 제작한 <시카고>가 이미 5개의 상을 수상하고, 그가 제작한 <프리다 Frida>가 2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광경을 목격한 하비 와인스타인과는 달리, 마틴 스콜세지는 가시 방석에 앉은 듯한 느낌이었으리라. 급기야 감독상 시상을 위해 등장한 해리슨 포드는 자신과 특별한 인연이 없는 마틴 스콜세지 대신 <해리슨 포드의 실종자 The Frantic>에서 함께 작업한 로만 폴란스키의 이름을 호명했다. 마틴 스콜세지는 겉으로는 환한 웃음과 아낌없는 박수로 일흔을 앞둔 거장에 대한 예우를 표했지만, 속은 전혀 달랐으리라.
주제가상 먹은 에미넴
아니, 그 보수적이라는 아카데미가 백인 랩퍼에게 주제가상을 주다니 일생일대의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원해 제 75회 아카데미 주제가상의 가장 강력한 후보는 <갱스 오브 뉴욕>의 U2였으나, 오스카 위원회는 올해는 <갱스 오브 뉴욕>을 철저히 외면하기로 결정해 버리지 않았던가. 애초 에미넴은 이번 시상식에 참석하여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8 마일 8 Mile>의 'Lose Yourself'를 부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워낙 돌출 행동이 잦고, 공연 중 다양한 욕설을 쏟아내는 에미넴을 참고 볼 수는 없는 일. 결국 오스카는 에미넴에게 가수로서는 최대 모욕일 법한 립싱크로 공연을 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에미넴은 당연히 이 제의를 거절하고 시상식에 불참했으며, <8 마일>의 주제가 공연은 생략되기에 이르렀다. 바브라 스트라이잰드의 놀란 듯한 수상자 발표에, 불참한 에미넴을 대표해 시상대에 오른 'Lose Yourself'의 공동 제작자 루이스 레스토는 에미넴에 대해 끝없는 감사를 표했다. 에미넴은 그래미 시상식에서 노라 존스에게 당한 일격을 미국 아카데미에서 푼 셈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장편애니메이션 작품상 수상
제 75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초입부터 작은 이변을 연출해냈다. 가장 먼저 시상된 부문은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으로, 후보는 디즈니의 <릴로 & 스티치 Lilo & Stitch>와 <보물성 Treasure Planet>, 드림웍스의 <스피릿 Spirit>, 폭스의 <아이스 에이지 Ice Age> 등 미국의 내로라 하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4편의 걸출한 애니메이션과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Spirited Away>이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2002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한 작품이지만, 미국 개봉 당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북미 배급권을 가진 디즈니의 소극적인 마케팅으로 그다지 좋은 흥행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시상자로 등장한 사람은 카메론 디아즈. 그녀는 2002년 장편애니메이션작품상 수상작인 <슈렉 Shrek>의 피오나 공주가 아니던가. 분위기는 제프리 카첸버그의 <스피릿>이었지만 <스피릿>은 흥행과 평단 양쪽에서 죽을 쑨 드림웍스의 실패작. 결국 두 번째 장편애니메이션 작품상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 수상은 미국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힌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반전운동은 계속된다
제 75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고의 반전주의자는 마이클 무어이다. 작년 3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혹평하는 [멍청한 백인들]이라는 책을 발표하여,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도 한 마이클 무어는 올해 미국 총기 사고를 다룬 다큐멘터리 <볼링 포 콜롬바인 Bowling for Columbine>으로 장편 다큐멘터리 피쳐상을 수상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 공화당의 정책과 부시 대통령을 비난해 온 마이클 무어는 이번에는 아예 작정을 하고 시상대에 올라갔다. 그는 '~에게 감사한다'라는 코멘트 대신 '우리는 허구의 이유 때문에 우리를 전쟁에 보낸 사람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 전쟁을 반대한다.'고 말해 객석에서 야유와 환호를 동시에 얻어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또한 <프리다>로 작곡상을 수상한 엘리어트 골든살은 '프리다 칼로가 살아있었으면 전쟁을 반대했을 것'이라는 우회적인 반전 메시지를 전했으며, 남우조연상 수상자인 크리스 쿠퍼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평화'라고 말하는 등 시상대에 오른 대부분의 수상자들은 전쟁에 대해 직, 간접적인 코멘트를 남겼다. 또한 시상식 내내 전쟁에 대한 발언은 가급적 삼가한 진행자 스티브 마틴은 '외국에서 시상식을 보고 있을 미국 군인들의 안전을 빕니다'라는 말로 쇼를 마무리하기도.
<출처 : nkin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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