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르 : 어드벤처, 애니메이션, 환타지
◆ 감 독 : 미야자키 하야오
◆ 제작자 : 토시오 스즈키
◆ 각 본 : 미야자키 하야오
◆ 음 악 : 히사이시 조
◆ 주 연 : 루미 히라기, 미유 이리노, 야수코 사와구찌, 타케시 네이토우
◆ 등 급 : 전체관람가
◆ 상영시간 : 124분
◆ 제작년도 : 2001년
◆ 개봉일 : 2002년 06월 28일
◆ 국 가 : 일본
나는 에니메이션을 별로 즐기지 않는 편이다. 인터넷에 수 많은 명작이라 불리는 에니메이션이 활개를 치고 있지만 다운 받아 본 횟수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만큼 작다. 이런 생각을 한다. 어릴 때 그렇게 좋아하던 에니메이션을... 지금 에니메이션이라 부르기도 부끄러운 수준의 만화를 보려고 일요일 오전 8시에 꼬박 일어나던 기억, 오후 5시경에 범람하는 만화를 보려고 애쓰던 기억. 지금의 조카들을 보면 어린이들이 만화를 좋아하긴 좋아하는 모양인데... 그리고 나도 만화 매니아 였는데 지금은 그다지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차일피일 미루다가 본 에니메이션이다. 충분히 유명하고 엄청난 관객을 끈 작품이었기 때문에 아까운 시간을 들여 작품을 보는 모험을 했을 터이다. 하지만 보고난 후에 후회는 전혀 없었다.
내용은 다분히 교훈적이다. '착하게 살자'가 그 주제이다. 영화 시작부터 남의 음식을 먹기 시작하는 오또상, 오까상. 돼지로 변해버린다. 남의 음식 먹지 마라고 말리는 치히로에게 아버지가 한 그 말, "카드도 있고, 현금도 있다."는 자본주의, 돈에 찌든 일상인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는 결국 추한 돼지가 되고만다. 주인공 치히로는 답답하리만큼 착하다. 5분도 안되는 시간에 사랑에 빠진 하쿠를 구하기 위해 그렇게 애쓰는 걸 보면 그걸 사랑의 힘이라고 해야하나, 순진한 믿음이라고 해야하나. 하쿠가 정말 '나쁜 놈'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의미없는 가정도 해본다.
지독한 냄새가 나는 괴물, 영화를 보고 있는 나도 냄새가 난다고 느낄 정도로 치밀히 표현된 더러운 괴물. 모두들 피하지만 유독 치히로만 견뎌낸다. 오염된 자연에 맞서 싸워 얻어낸 승리. 그렇다. 이 영화는 하나하나 따져보면 Miyazaki Hayao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3차원 에니메이션이니 클레이 에니메이션이니, 디즈니와 드림웍스는 피 튀기는 전쟁을 하지만 Miyazaki Hayao는 모든 것을 뿌리치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고집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요소로 승부를 걸어 그는 큰 승리를 거두었다. 그가 빛나는 이유다.
Miyazaki Hayao가 있기에 일본 에니메이션이 있었고 Miyazaki Hayao가 있기에 우리는 일본이 에니메이션의 강국임을 안다. 그의 작품을 3-4개 정도 밖에 접해보지 못해 그의 작품세계의 전면을 진단하는 것은 무리지만 그는 한마디로 대단하다. 달리 적당한 어휘가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고 '착하게 살면 결국에 승리한다'라는 인류 최초의 교훈이 오늘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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